🥇금값이 금값 중인 진짜 이유
트럼프 정권과 함께 시작한 2025년, 돈이 몰리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트럼프 정책 관련 주 혹은 AI 관련 주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상 최고치를 매일 경신하고 있는 자산이 있는데.. 바로 ‘금.덩.어.리’. 사실 이러한 금의 상승 추세는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어 그간 가격이 거의 세 배로 뛴 상태이다. 더 긴 시계열로는 아래 차트와 같이 50년간 상승 추세에 있다고 봐도 된다.
분명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즉 주식과의 움직임은 대체로 반대로 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뉴욕증시도 고점 갱신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표도 나쁘지 않다. 한편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써 금의 위치를 대신할 것이라던 평가가 무색하게 두 자산 모두 몇 년 새 황금값이 되었다. 특히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여겨지는데,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금값은 계속 급등했다. 마치 금값은 안전자산을 뛰어넘어 절대자산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수요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Gold and silver is money,
everything else is credit.
-J.P.Morgan
🔥 안전자산이라 불리우는 금
희귀성과 불변성의 아이콘인 금,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말 그대로 변동성이 큰 금융자산인 주식 등을 위험자산이라 하는데, 이에 반대급부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한 투자처로써의 금의 수요는 증가한다. 금은 예금, 주식, 채권과는 달리 이자나 배당금이 없지만, 실제로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준다.
또한 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마음속 깊은 인식을 생각해 보면 된다. 바로 '신뢰'다. 금은 인류 역사상 화폐를 대신하여 현물을 거래할 수 있는 '교환'기능을 가진, 가장 오랫동안 통용되어 온 금속이기 때문에 금의 가치는 결국 사회적 합의가 기반해 있다. 게다가 모양은 변할 수 있어도 자체는 소멸하지 않는 내구성, 인위적 제조가 불가능하되 양은 유한적이라, 다른 금속 대비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며 금은 부의 상징으로써의 위치를 오래 지키게 된 것이다.
🔥 금 가격을 움직이는 5 가지 요인들
이렇게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한 금의 가치는, ‘글로벌 경기/미 연준의 정책/ 달러 가치/글로벌 수요와 공급’의 조합으로 그 가격이 매겨져 움직이다. 금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들을 아래 5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팬데믹이나 미·중 무역 분쟁, 러·우 전쟁과 같이 글로벌 경기 리스크 발생→ 안전자산 선호 현상→ 금에 대한 수요 상승→ 금가격 상승
2. 미 연준 정책: 저금리시대→ 인플레이션 상승→ 화폐 (달러) 가치 하락→ 금가격 상승→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통화긴축 정책 케이스) → 금리가 높아지면 금보다 이자 수익이 있는 자산이 더유리→ 금가격 하락
3. 미 달러 가치: 다른 천연자원과 마찬가지로 달러로 가격표시 되는 금, 따라서 달러 가치 상승→ 해외 투자자들에게 금 구매 비용 증가→금가격 하락
4. 금 수요: 글로벌 각국 중앙은행 보유고, 보석 및 산업 수요, ETF 와 같은 투자 상품을 통한 투자 수요 등
5. 금 공급: 주요 금 생산국으로는 중국, 남아프리카, 미국, 호주, 러시아, 페루 등
🔥 그런데 공식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19년 하반기, 실질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금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년 팬데믹이 터지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경기 부양책이 가동되면서 발 빠른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헬리콥터 머니가 전 세계적으로 풀리기 시작했고, 이는 곧 인플레 기대감 상승과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 이는 모두 금값이 오르기에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 와중에 트럼프 1기 내내 이어지던 미·중 갈등은 팬데믹으로 정점을 찍으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까지 높였다. 결국 '20년 상반기 금값은 그동안의 박스권을 탈피하며 9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 같은 기간 나스닥보다도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21년 들어 금값은 2천 달러 선을 돌파하며 자산군 중 여전히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으나, 이후 1,750~1,850달러 선까지 후퇴 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너무 빠르게 비싸진 금 가격에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실물 금 매입을 줄이기 시작했고, 미 연준이 팬데믹 부양을 되돌리기 위해 테이퍼링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하자 '달러 강세 & 금리 상승' 환경으로 바뀌며 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금값에 다시 불이 지펴진 건 '22년 러·우 전쟁, 그리고 이어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서며 관세정책이 금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되었다. 결국, 관세라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오고 미국 외 지역의 경기침체 리스크를 가중시키므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금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들>에 따르면 '23년 초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시기에 금 가격은 하락해야 맞지만, 오히려 '23년 10월 이후 금 가격은 1,850달러에서 2,900달러로 급등했다. 심지어 금과 역의 관계인 실질금리도 '20년 중순을 저점으로 상승했고,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DXY) 역시 '19-'22년 대비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그간의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고 상승했다. 즉, '금=인플레이션 헤지효과'라는 공식이 깨진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금값 움직임을 설명하던 다이내믹들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실질금리: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상승률을 뺀 값. 예를 들어 명목금리가 3%이고, 기대되는 물가상승률이 5%라 치면 실질금리는 -2%로 내가 월급을 벌어 은행에서 3%대 이자를 받더라고 물가가 5%오를 것이기 때문에 체감되는 구매력은 2% 떨어질 것이란 뜻. 그래서 실질금리는 실질 구매력을 뜻한다.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고물가와 경기불황이 함께 오는 현상. 미국의 스태그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1970년대 후반에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고 15%를 기록), 당시 금값은 3배나 상승
🔥 금을 원하는 이유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경기 침체 시에 금을 많이 사들였지만, 지금은 현재 경제 상황이 아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금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금을 찾는 수요들의 구조적 변화가 생겼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금을 사는 문제를 넘어, 미국이 쥐고 있는 달러 패권과 관련해 국제 금융 시스템의 변화로 보인다.
1. 금의 주요 투자처인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이전보다도 더 많은 금을 매입했다. 이전에는 달러가 비싸지거나, 실질금리가 오르거나 하면 매수세를 늦추는 경향을 보였는데, '22년 이후에는 이러한 거시경제적 요건과 무관하게 3년 연속 1000t 넘는 금을 매입하며 역사상 최고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과 EU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3,000억 달러(유로화 기준) 상당의 자산을 동결하며 경제제재를 가하자,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의 자산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하며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자산인 금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중앙은행들 중 금 매입을 주도한 것은 역시 중국이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 (중국 중앙은행)은 조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과거처럼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는 대신 점점 더 금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아래 차트처럼 21년 7월 이후 인민은행에서 미국채 vs 금 보유액은 운용 모습이 대칭을 이룬다 . 어쨌든 미국 국채는 달러 자산이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의 부채이고, 금은 달러 자산임에도 부채가 없는 순수한 실물 자산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에서 이미 탈탈 털린 경험이 있었기에 앞으로 미·중 관계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준비하기 위해 본인들이 세계 최대 금 생산국임에도 더 많은 금을 보유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러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위안화 결제를 확대 중인데, 금 보유로 자국 화폐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 역시 같은 이유로 브릭스의 골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이들은 미 달러에서 경제적 독립을 하기 위해 탈(脫)달러화 꿈을 금 매집으로 준비 중이다. 작년 10월에는 BRICS 정상회담에서 금 기반의 새로운 국제 금융 시스템 (브릭스 금본위제) ) 도입을 논의했을 정도로 진심이다. 브릭스는 계속해서 금을 담보로 한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시스템까지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시스템은 40%는 금에, 60%는 브릭스 플러스* 국가 통화 바스켓에 연결되어 환율 변동성을 해결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안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에 트럼프는 탈달러화에 동조하는 국가들에게는 관세로 보복하겠다는데..그럴수록 금에 대한 매입 욕구만 불태우지 않을까 싶다.
* 브릭스 플러스 (BRICS+): 기존 브릭스 국가에 이란·아랍에미리트·에티오피아·이집트 포함. 아랍에미리트와 이란은 전통적으로 금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브릭스 금본위제가 시행되면 이들 국가들의 금 매집 여력이 상대적으로 남았다는 평이다. (물론 2013년부터 금 매입을 하고 있는 않은 한국은행도..)
3. 그 외에도 개인들의 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여전히 중국이 가장 큰 구매국이라 할 수 있지만, 금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으며 '23년 한 조사를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제 주식보다 금을 '장기적인' 투자처로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일례로, 코스트코가 '23년부터 금 바를 온라인과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슈가 되었는데 이벤트성이 아닌 특정 디자인은 꾸준히 품절되면서 월 약 2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 중이다. 한편, 리테일 분야는 대부분 보석에 쏠려있지만, 인공지능 (AI)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금의 산업용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2분기에만 해당 분야 수요 +11%)
🔥 미국은 무슨 생각일까?
이런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금 사재기로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모습에 미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예상대로 트럼프는 거침없이 얹짢음을 표현중이다. 그는 브릭스 회원국들에게 새로운 통화 개발이나 달러 대체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 중이며, 거부할 경우에는 100% 관세를 부과해 미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겠다고 경고, 아니 협박 중이다.
하지만 미 달러 패권을 유지할 방법이 경제 제재만으로는 안된다는 것도 미국은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71년 금 가격이 재평가된 이후 줄곧 금값을 낮게 유지하면서, 미국 국채를 가장 안전한 국제 준비자산으로 인식하도록 만들면서 달러 패권을 지키고자 했다. 그리고 실제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은 금 선물 시장이나 리스 시장을 통해 금 가격을 억제 (금과 달러는 역의 상관관계)해 왔는데, 그동안은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은 금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금을 리스(lease)*하는 방식으로 금 시장을 통제하며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이는 실제 보유한 금보다 훨씬 많은 금이 시장에 유통되었고, 결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시켰다. 따라서 기존 방법으로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것도 어차피 변화가 필요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결국 금이다. 절대적 보유량으로 보면 여전히 미국의 금 보유액은 넘사벽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금 보유량을 재평가. 바로 현재 시세로 금을 재평가 해서 지금까지의 기축통화 지키기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
🔥 미국의 패권 지키기 전략
현재 미국 정부의 금 보유량(8,100톤)의 장부 가치는 100억 달러로 평가되어 있으나, 오늘날의 시장 가격 기준으로는 8,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 계산은 '73년 당시,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은 약 2억 6천만 온스(약 8,100톤)를, 당시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42달러로 평가되었기에 장부가치가 100억 달러로 기록되었는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 온스당 약 2,900달러(2024년 기준)로 금값이 뛰며 미국 정부의 금 보유량의 실제 가치는 8,000억 달러 이상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트럼프 정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바탕으로 추가 재정으로 확보하겠다는 썰이 돌고 있다. 미 연준은 보유하고 있던 금을 재무부에 양도했고 ('34년), 그 대가로 금 증서를 받았는데 연준이 금 증서를 담보로 재무부와 일종의 레포(Repo) 거래를 진행하여 차액을 현금화하면 미 정부가 (한 방에) 재정적 유동성을 확보뿐만 아니라, 일부를 담보로 활용하면 여러 면에서 달러의 신뢰도 또한 올릴 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정리해보자면,
1. 금 보유량 평가절상 (mark-to-market) 을 통한 재무부 및 연준의 유동성 강화를 통해 달러의 신뢰도 유지 및 보강, 그리고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 미 정부의 금 보유량을 시장 가격으로 재평가하면, 공식적인 재무부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증가 (100억 달러→8,000억 달러)
- 이럴 경우,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개선되며 이는 미 국채 신용도를 높이는 효과 & 달러 채권 시장 안정화
- 한편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국은 실질적인 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강한 통화 기반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주어,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 이는 미 정부의 신용도를 높이고, 달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
- 또한, 금을 담보로 연준이 유동성을 제공하면, 단기적으로 정부가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 확보
2. 레포 시장을 활용한 금 담보 대출 (Gold-backed Repo)을 통해 기축통화 지위 강화 및 브릭스 견제가 가능하다
- 미 정부가 금을 담보로 레포(Repo)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새로운 유동성 창출 수단 확보
- 이렇게 새로운 금을 담보로 레포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달러 유동성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게되면, 금융 위기를 방지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
- 현재 브릭스 국가들은 금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먼저 금을 담보로 레포 시장을 조성하면, 금 기반 금융 시스템의 주도권을 미국이 유지할 수 있게되어 브릭스 견제 가능
🔥 글을 마치며 생각 두 가지
1. 미국이 실제 이러한 방법으로 달러 패권 유지를 한다면.. 달러 가치와 금의 연관성이 강화될 것이다. 어쨌든 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되겠지만 금 기반의 유동성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가격은 안정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금본위제로는 경제 위기 시, 통화 공급을 유연하게 할 수 없었기에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켰던 경험과,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를 무제한으로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하나 분명한 것은 달러에 대응하기 위한 금과 연동시킨 새로운 통화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2. 최근 2~3년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을 둘러싼 달러 패권 전쟁에서 한국은 소외되었다는 것에 큰 아쉬움과 미래에 대하나 걱정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