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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조선소, 군함도 함께 짓는다

bloomingbuck 2025. 3. 30. 17:46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에 ‘해양국(Maritime Office)’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한때 세계를 주도했던 미국 조선업의 쇠퇴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트럼프가 이처럼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조선 산업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단순한 상업용 선박 생산을 넘어, ‘군민융합’ 전략을 통해 군함까지 건조하며 해군력까지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조선업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경제적·안보적 위협 수단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무슨 자금으로 이런 군사력 확장을 가능하게 했을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은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외국 기업들의 상업 선박 주문에서 비롯됐다. 외국 자본이 의도치 않게 중국 해군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단순한 미중 패권 경쟁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조선업계, 특히 한화오션 같은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CSIS: 미국의 외교•안보 씽크탱크, 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의 약자

이미치 출처: iStock

 🧭 미국, 조선 강국에서 ‘4개 조선소 국가’로 추락

미국은 한때 세계를 주도하던 조선 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 미 해군이 운영하는 공공 조선소는 단 4곳(진주만, 퓨젯사운드, 노퍽, 포츠머스)뿐이다. 1970년대엔 세계 선박 총 톤수의 5%를 건조하며 연간 25척의 선박을 만들던 미국 조선업이 현재는 연간 5척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시간동안, 400개에 달하던 상업용 조선소가 21개로 감소했고, 이러한 미국 상업 조선업의 쇠퇴는 미 해군 조선소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그러더니 2023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234척의 수상 전투함을 보유해 미국(219척)을 앞질렀다. 군사·안보 차원에서의 미 해군 국방력 강화가 급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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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업과 군함 모두 ‘쌍끌이 성장’

중국은 2024년 한 해 동안만 보더라도 미국이 2차대전 이후 만든 선박 총량보다 더 많은 상업 선박을 건조했다. 또한 현재 군사 또는 국가 안보 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최소 35개의 국영 조선소를 통해 '군용·상업용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그 외 '국가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조선소들 수도 307개나 달한다. 이 속도면 중국 해군은 2030년까지 425척의 함대를 보유할 예정, 이는 현재 미국 해군의 300척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최근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370척 이상의 전투함대를 보유 중이며, 이 중 140척 이상은 주요 수상 전투함이다. 

규모만 비교하면, 중국의 조선업 역량이 미국보다 232배 크다는 분석이다.

 

최신형 군함을 속속들히 쟁여들이고 있는 중국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 외국 기업 자금이 중국 해군을 키운다?

“외국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중국의 해군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매튜 푸나이올(Matthew Funaiole) CSIS 수석 연구원

 
이번 CSIS 보고서는 중국 국영 조선업체인 CSSC(중국선박공업집단)가 상업 선박과 군함을 동시에 생산하는 ‘이중용도 조선소(dual-use shipyards)’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업 선박을 이들 조선소에 발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용도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의 무려 75%가 외국 기업에 의해 구매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5년간 305척의 상업 선박이 발주되었다고 한다. 이런 거래는 중국에 자금뿐 아니라 첨단 기술과 운영 노하우까지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CSIS는 이 문제를 단순한 경제 관점이 아닌, 국가 안보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군함을 구매하지 않아도, 중국 군함 제작을 돕고 있는 셈이다.”라는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 우연이 아닌, 중국의 전략

민간 기술을 군사 기술로 이전하는 것이 핵심 과제”
-CSSC 한 수석 엔지니어, 2019년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중국의 ‘군민융합(military-civil fusion)’ 전략의 핵심적인 일환으로, 상업과 군사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방식이다. 즉, 민간 프로젝트로 구축된 생산 능력이 곧바로 군사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 아래 중국은 2000년 전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5%에서 2024년 53%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 기반에는 거대한 상업 조선 산업의 인프라와 생산 능력이 존재한다. 보고서에 포함된 위성 이미지 분석에 따르면, 상하이 창싱도 조선기지와 광저우 롱쉐도 조선기지 등에서는 상업 선박과 군함이 동시에 건조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들 시설은 모두 CSSC 산하이며, 이 국영 기업은 중국 해군을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임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2022년 11월 7일, Maxar가 촬영한 중국 동부 항구 도시 상하이에 위치한 장난(江南)조선소. 이곳은 중국 해군의 세 번째 항공모함인 푸젠함(Fujian)**이 진수된 장소이다.


🛠️ 메이드인차이나 퀄리티는?

중국 군함이 '아직' 미 해군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미 해군 정보국(ONI) 는 2020년 보고서에서 중국 해군의 전력 품질이 점점 동등 수준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에는중국 해군 수상함의 수직발사체계(VLS) 미사일 셀 수가 미 해군의 절반을 넘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보다 정교한 무기 체계를 원해 깊은 해역까지 투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조선소는 미 해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형 군함을 건조하고 있으며, 전체의 약 70%가 2010년 이후 진수된 반면, 미 해군은 그 수치가 25%에 불과하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중국은 양적 우위는 물론, 기술 수준, 그리고 함정의 최신화 비율까지 모두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양과 질, 신형이라는 세 가지 메리트를 모두 가져가는 해군 전력 구조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는 미국

이미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군함을 포함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중국의 조선 산업 성장세와 자금 출처는 확인은 미국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 국가안보회의(NSC) 내 ‘해양국(Maritime Office)’ 신설 계획 발표. 해당 조직은 해운, 조선, 항만 운영 등 해양 관련 활동을 전담 관리 예정
  • SHIPS for America 법안이 의회에서 추진 중이며, 이는 미국 내 조선 생산 확대뿐만 아니라 일본·한국 등 동맹국 중심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강조
  • 미 해군 군함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해군준비태세 보장법’ 등 법안 2건 발의
  •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최대 150만 달러의 요금 부과를 제안, 중국 조선업 전반에 대한 압박 시작 
  •  파나마 운하 항만 통제권을 둘러싸고도 미-중 긴장감 고조,  홍콩 기업이 미국 주도 그룹에 항만을 매각하는 계획을 환영한 반면, 시진핑 주석은 이를 불쾌감 표명
"우리는 예전처럼 많은 배를 만들었지. 지금은 거의 안 만들지만, 곧 다시 빠르게 만들게 될 거야."
– 트럼프 대통령

🇰🇷 한국, ‘신뢰받는 대체 공급자’로 도약할 수 있을까?

이처럼 미국이 조선 역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조선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 한화오션은 군함 제조 역량뿐 아니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상업선박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 전환이 발생하면 수혜
    • 이미 2024년 12월,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을 통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북미 조선과 방산 시장의 진출 거점을 확보, 추후 해군 조선 분야에도 진출 계획 밝힘 
    • 최근 미국 군함의 MRO (유지·보수·정비), 한국 조선사과 협력 본격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시라호가 지난 13일 경남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를 마치고 출항 중

 


💭
중국의 조선업 성장과 군민융합 전략은 글로벌 해양 패권을 향한 명확한 시그널!
이에 맞서 미국은 산업 재편, 동맹국 연계, 무역 규제까지 다각도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여러 면에서 지난 몇 년간 준비를 엄청 많이한 느낌..)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중국에게 빼앗긴 조선업 패권을 다시 가져오긴 어렵겠으나
미국의 해양 전략의 ‘공동 설계자’로서 역할을 넓힐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외교-산업 다같이 손잡고 화이팅!

 
 

go 코리아! (이미치 출처: 파이낸셜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