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 트렌드/etc

🚘 싱가포르에서 벤틀리가 안 팔리는 이유?

bloomingbuck 2025. 3. 24. 15:42

최근 몇 년간, 특히 중국 부유층의 자산이 대거 유입되며 싱가포르는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금세탁 스캔들, 고세금 정책, 그리고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조용한 소비’ 트렌드는 싱가포르 고급차 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변화는 단순히 자동차 시장의 침체를 넘어, 새로운 소비 계층의 등장과 투자 트렌드의 전환을 예고하며 앞으로의 자산 흐름과 투자 전략 재편에 있어 주목해야 할 시그널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tripadvisor


🔎  무슨 일이 벌어졌나?

최근 싱가포르에서 벤틀리, 페라리, 롤스로이스, 재규어 같은 고급차 판매량이 최대 75%까지 급감했다. 그 배경에는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세탁 스캔들이 있었다.

  • 경찰은 고급 부동산과 차량 77대를 압수
  • 한 곳에서는 롤스로이스 2대, 포르쉐, 토요타까지 총 $350만 상당의 차량이 몰수됨
  • 현재 정부는 압수 차량 33대를 중고 시장에 재판매

💡 이 사건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고급차·부동산·보석 등 고가 품목 판매 시 자금 출처 실사(Due Diligence)를 대폭 강화했다.
 

싱가포르에서 급감하고 있는 럭셔리카 판매량 (출처: Financial Times)


🚨 자금 스캔들?

“요즘 싱가포르 도로에서 붉은 롤스로이스를 거의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싱가포르는 최근 수년간 대규모 자금세탁 사건을 적발하며 금융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2년 전 싱가포르는 중국 푸젠성 출신 조직과 연관된 자금세탁 사건으로 나라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섬 전역에서 실시된 압수 수색 중, 경찰은 고급 차량 77대를 압수했다. 한 압수 자산 중에는 총 S$470만(미화 약 350만 달러) 상당의 차량들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레드 컬러의 롤스로이스 던(Rolls-Royce Dawn), 블랙 컬러의 롤스로이스 컬리넌(Cullinan), 레드 포르쉐 911 타르가, 화이트 토요타 알파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 싱가포르 정부는 '19년부터 '24년 상반기까지 약 60억 싱가포르 달러(약 6조 1,493억 원)의 불법 자금을 압수 (이 중 약 7%인 4억 1,600만 싱가포르 달러는 피해자에게 반환되었으며, 10억 싱가포르 달러는 정부가 몰수)
  • 특히 '23년에는 크레딧 스위스(현재 UBS에 합병)와 씨티그룹이 연루된 30억 싱가포르 달러 규모의 자금세탁 사건이 발생, 이 사건에서 DBS, OCBC, UOB 등 주요 은행에서 중국계 개인들로부터 3억 7,000만 싱가포르 달러 이상의 자산이 압류 & 17명의 추가 개인이 조사받는 중 
  • 이 외에도 방글라데시 당국은 싱가포르 억만장자 사이풀 알람 마수드(64세)를 자금세탁 등 다양한 금융 범죄 혐의로 조사 중. 알람은 식품, 제조, 에너지, 운송, 부동산, 통신 등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S. 알람 그룹의 창립자 겸 회장으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형사수사부(CID), 부패방지위원회, 증권거래위원회 등이 그와 그의 가족을 조사 중

💡이러한 사건들은 싱가포르가 국제 금융 허브로서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주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규제 강화에 혈안이 된 상태인 것이다.

싱가포르의 자금세탁과 관련된 은행들 (출처: 블룸버그)


💸  세금과 규제도 직격탄

이 외에도 2023년에 도입된 세금 인상도 고급차 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싱가포르 달러 $80,000 이상 차량에 세율을 220% → 320%로 인상
  • 재판매 가치 제한 및 COE* 가격을 S$96,000 → 현재 약 S$117,000 (한때 S$150,000 까지도..)

💡 이로써 럭셔리카는 가격 자체도 비싼데, 구매 전부터 ‘진입 장벽’이 어마어마해진 셈이다.
 

**COE (Certificate of Entitlement): 차량 소유권 인증서로 싱가포르 시민이 차량을 구매 & 소유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할당 면허의 일부. 입찰제도로 운영되어 도로에 나설 차량 수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임

 


🇨🇳 중국 부자들의 소비 변화

과거 싱가포르 고급차 시장의 주 고객은 중국인 부호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 이후, ‘로우 프로파일(낮은 존재감)’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고 전기차 선호도 급상승 중이다

  • BYD (중국 브랜드): 2024년 판매량 6,191대 → 전년 대비 4배 증가
  • 테슬라: 2,384대 → 2배 이상 성장
  • 기존 럭셔리카 딜러들: “중국 고객은 여전히 있지만, 대부분 조심스럽고 구매를 미루는 중”
“이제 더 이상 눈에 띄는 차를 원하지 않아요. 조용히 움직이고 싶어요.”
-고객 인터뷰

 
💡 여기서 지켜볼 점은, BYD는 급성장이다. 2020년에 싱가포르 시장에 진입한 이후 작년에는 판매량 기준 두 번째로 큰 브랜드가 되었다.

압수 당하는 롤스로이스..


🧭 고급차 시대는 끝났는가?

  • 자금세탁 이슈 → 신뢰 위기
  • 세금 강화 → 정책 리스크 부각
  • 중국 자본 변화 → 아시아 전역 소비 구조에 영향
  • ‘조용한 소비’ 트렌드 → 전기차, 실용성 중심 전환

💡이번 사례는 단순한 럭셔리 소비 위축이 아닌,  자산가들의 정서 변화와 리스크 회피 전략이 표면화된 신호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싱가포르를 넘어 홍콩, 두바이, 서울, 방콕 등 아시아 자산 중심지에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에도 드뮤어룩 유행이 오는 것일까?